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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화가를 통해 본 예술의 정의 (창조성, 미의식, 존재론)

by kkmt2025 2025. 5. 16.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사유를 넘어, 실제로 예술을 창작하고 감상하는 모든 이가 맞닥뜨리는 본질적인 물음입니다. 특히 유럽 화가들의 작업은 각 시대의 미적 기준과 철학,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반영해왔기에, 그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의 정의를 탐구하는 일은 의미가 깊습니다. 본 글에서는 유럽 대표 화가들의 작업 세계를 바탕으로 예술의 본질을 ‘창조성’, ‘미의식’, ‘존재론’이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나누어 해석하고자 합니다.

유럽 화가를 통해 본 예술의 정의

1. 창조성(Creativity): 기존 질서의 해체와 재구성

예술의 창조성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질서, 전통, 관습을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능력입니다. 유럽 화가들은 시대의 규범을 흔들면서 새로운 표현의 방식을 제시해왔습니다.

피카소는 창조성의 상징과 같은 화가입니다. 그는 전통적 구상 회화에서 출발하여 입체주의(Cubism)를 통해 시점의 단일성을 해체하고, ‘보이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아비뇽의 처녀들』은 이 창조성의 정점으로, 인체를 기하학적으로 분해하며 시각 언어의 규칙을 전복시켰습니다. 창조성이란 기존의 틀 안에서 그 틀을 깨뜨리는 행위입니다.

잔 미셸 바스키아와 같은 후기 유럽 화가들도 회화 안에 그래피티, 문자, 상징을 결합함으로써 전통 회화와 거리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이들은 창조성을 사회적 저항과 결합시켜 예술의 정치성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마르셀 뒤샹은 『샘(Fountain)』을 통해 창조성이 반드시 '새로운 형태'일 필요는 없다는 철학을 제시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오브제(레디메이드)를 선택하고 새로운 맥락에 배치함으로써, 예술적 의미는 창작 행위 자체가 아니라 ‘개념’과 ‘관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예술에서 창조성이 곧 인식의 전환임을 상징합니다.

2. 미의식(Aesthetic Consciousness): 감각 너머의 인식

‘아름다움’은 고대부터 예술을 정의하는 핵심 개념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럽 화가들은 미의식을 단지 감각적 쾌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존재를 사유하게 하는 통로로 삼았습니다. 미란 단순한 조화가 아닌, 감정과 사유가 결합된 ‘경험의 밀도’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미를 수학과 과학, 철학과 결합시켜 완전성과 조화의 이상을 표현했습니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단지 아름다움의 표상이 아니라, 인간 감정의 다의성과 깊이를 담은 복합적 메시지입니다. 미는 관람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완성됩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황금빛 장식과 상징적 이미지로 미의식을 감각과 상징의 교차점에 위치시켰습니다. 『키스』는 관능성과 숭고함이 공존하며, 관객은 아름다움을 느끼는 동시에 존재의 깊이를 체험합니다. 이는 미의식이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임을 보여줍니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풍경화는 낭만주의적 미의식을 대표합니다.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는 자연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을 넘어, 인간 존재의 초월적 차원을 사유하게 만듭니다. 광대한 자연 앞에 선 작은 인간의 형상은, 미가 감정적 감동을 넘어서 실존적 질문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드러냅니다.

결국 미의식은 단순히 ‘예쁘다’는 반응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공명과 반성, 감각과 이성의 교차지점에서 발생하는 복합적 인식 체계입니다.

3. 존재론(Ontology): 예술은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

예술은 인간이 누구인지,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유럽 화가들의 많은 작품은 이런 존재론적 물음을 시각화한 ‘형상화된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왜곡된 인체를 통해 인간의 실존적 고통을 표현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고통, 폭력, 공포, 침묵 등 인간 내면의 어두운 측면을 회화로 끄집어내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날카롭게 해부합니다. 『고함치는 교황』 시리즈는 권위의 해체와 인간의 무력함을 상징합니다.

에곤 실레의 자화상들은 존재에 대한 집착과 고뇌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본능, 동시에 두려움과 공허 속에 사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안젤름 키퍼는 독일 현대 미술의 대표 작가로서, 역사적 죄책감과 기억, 정체성에 대한 회화를 제작합니다. 그는 납, 흙, 회화재료 등을 결합한 혼합매체를 통해 독일 전후 세대의 실존적 불안과 회복 불가능한 역사적 기억을 담아냈습니다. 예술은 이처럼 집단적 존재에 대한 응답이기도 합니다.

예술이란 곧 존재에 대한 시각적 응답이며, 예술가는 ‘본다’기보다 ‘사유한다’는 방식으로 세계를 재구성합니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타인의 시선을 빌려 자기 존재를 다시 읽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유럽 화가들의 작업을 통해 예술의 정의를 살펴보면, 예술은 단지 미적 산물이 아니라, 새로운 인식의 생성이며, 감각 너머의 철학적 언어이며, 인간 존재에 대한 응답이자 반성입니다. 오늘날에도 예술은 계속해서 ‘새롭게 정의되는 중’이며, 창조성, 미의식, 존재론이라는 개념은 그 정의의 핵심 축으로 작용합니다. 예술은 결코 완결된 개념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사유의 장이며, 화가들은 그 사유의 궤적을 이미지로 남기는 철학자들입니다.